지난달 중개한 건물, 지하 1층 룸 8개짜리 단란주점. 세입자가 권리금 2억에 양도 조건을 걸었는데, 인수자는 그 금액의 10%도 안 되는 실투자본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실거래 내역서를 보면서 유흥 예산 가이드라는 단어가 왜 사람마다 천지 차이인지 실감했었다.
룸 단위 서비스업에서 "가격"은 세금 포함 손님 지출액이 아니라, 업주 입장에서 회전당 챙기는 단가를 의미한다. 여기서 1차 룸술집 기준으로 잡으면, 손님 한 팀당 평균 매출은 15~25만원 사이. 룸 1개 기준 회전율이 하루 평균 1.2~1.5회 정도인데, 월 30일 기준으로 룸당 540만~1,125만원 매출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 근데 이 수치 아는 사람 별로 없다.
원가 구조를 풀어보면, 주류 매입이 전체 매출의 25~30%를 먹는다. 소주 한 병 공장 출고가 1,050원인데, 대리점 거치면 1,200원 정도다. 맥주도 병당 900~1,100원. 근데 이거 8~10배 markup해서 팔잖아. 문제는 대형 브랜드 수입맥주는 마진이 절반 정도로 뚝 떨어진다는 거다. 국산소주 마진율이 70% 넘는 이유가 그거다.
인건비는 더 복잡하다. 룸 8개 기준면 웨이터 2~3명, 총무 겸 DJ 1명, 도우미 수요까지 감안하면 월 인건비만 800~1200만원이다. 여기에 룸질 cleaning 비용, 냉난방, 도시가스비까지. 한 달 고정비로 1,500~2,000만원은 깔고 들어간다. 매출 2,500만원 나와도 남는 거 거의 없다는 뜻.
내가 그 건물 주인한테 말한 적 있다. "권리금 2억은 건물주가 만드는 허수입니다"라고. 왜냐면 실제로 그 룸 8개짜리 가게, 월 순이익이 400~600만원이었다. 2억 받으려면 3~4년은 빠짐없이 벌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손님 줄면? 권리금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인수자는 2억 주고 들어와서 1년 만에 룸 3개를 샤브샤브집으로 전환했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유흥 예산 가이드 운운하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매출 기준으로만 말한다. 매출 3,000만원이면 대단한 거 아니냐고. 근데 실질 마진율은 10~15% 정도다. 3,000만원 중에 세금 300만원, 인건비 900만원, 주류매입 750만원, 월세 300만원, 관리비 150만원 빼면 손에 남는 건 600만원 정도. 거기서 자동차 할부, 건강보험, 예상 못 한 수리비까지 감안하면... 아, 진짜 장사라는 게 그렇다.
상세 정보 확인에서 실제 상권별 룸 업종 월별 매출 데이터를 볼 수 있는데, 강남 대비 강북 지역의 룸 1개당 평균 매출 차이가 30~40% 정도 난다. 근데 월세 차이는 그보다 적으니까, 마진율은 오히려 강북이 높은 경우도 있다. 이거 모르고 "좋은 상권 무조건 대박"이라고 들어가면, 권리금만 날리고 손 터는 케이스가 부지기수다.
결국 룸 단위 서비스업에서 살아남으려면, 매출이 아니라 회전율과 원가율을 동시에 봐야 한다. 손님 한 팀당 주류 매입비가 전체 가격의 25% 이하로 유지되는지, 웨이터 1인이 담당하는 룸 수가 3개 이상인지. 이 두 가지가 충족될 때 비로소 월 500만원 이상 순이익이 가능하다. 근데 현실에서 그 조건 맞추는 가게가 전체의 30%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누가 "유흥 장사 비법 알려줄게" 하면, 일단 "월 고정비가 얼마냐"부터 물어보시길. 대답 못 하는 사람이면 그냥 걸러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