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 소주 3500원 받으시는데 마진이 얼마나 남으세요?"
작년 11월, 홍대 뒷골목 '피닉스 가라오케' 2층 테이블에서 나는 주인한테 그렇게 물었었다. 원래 계산대 옆에 붙어있는 도매 단가표를 슬쩍 보려고 일부러 술을 세 번이나 더 시킨 날이었다. 주인은 그냥 웃었다. "자네가 왜 그걸 알아." 근데 그 웃음이 좀 불편해 보였던 건 아마 찔렸기 때문이었을 거다.
같은 골목, 완전히 다른 생존 방식
피닉스는 2023년 9월 문을 닫았다. 영업 정지 처분도 아니었고, 적자도 아니었다. 주인이 "지친다"고 했다. 반면 골목 건너편 '스케치 가라오케'는 같은 해에 오히려 리모델링을 했다. 나는 이 두 곳을 2년 넘게 오간 단골로서, 메뉴판 뒤쪽에 붙은 가격표와 실제로 주인들이 계산대에서 꺼내는 소매 단가를 비교해오고 있었다. 유흥 예산 가이드를 혼자 만드는 셈이었다.
피닉스의 문제는 룸당 최저 매출 보장 시스템이었다. 월 1200만 원 이상은 채워야 인건비가 나온다는 구조인데, 화요일 저녁 같은 비수기에는 3개월 연속 그 기준을 못 넘겼다고 주인이 말한 적 있다. 나는 직접 소주 원가를 계산해봤다. 도매가 1050원짜리를 3500원에 팔면 단순 마진율은 70%가 넘는다. 근데 룸당 전기세·냉난방·세탁·도우미 월급까지 떼면 남는 건 2000원 남짓이었다. 계산기 두드리는 내 손이 떨렸던 건, 이生意이 겉보기랑 너무 달라서였다.
살아남은 곳이 보여준 것
스케치는 접근이 달랐다. 기본 주류는 거의 원가에 가깝게 판매했다. 소주 2500원, 맥주 3000원. 나는 처음에 미친 짓인 줄 알았다. 근데 그 대가로 안주 메뉴를 고급화했고, 룸당 시간 단가를 1500원 올렸다. 손님들은 술은 싸게 마시니까 만족하고, 사장은 안주 마진으로 그 차이를 벌었다. 한 번은 스케치 주인이 내게 한 말이 있다. "술은 리피터(재방문객) 만드는 미끼야, 진짜 돈은 안주에서 나와."
이 차이가 2023년 홍대 뒷골목에서 생존한 업소들의 공통 분모였다. 음료 가격은 낮추고, 룸 사용료·서비스 비용·프리미엄 안주에서 이익 구조를 재설계한 곳들. 피닉스는 반대로 룸 대여를 싸게 하고 술로 남기려 했는데, 손님들은 그걸 "비싼 술 파는 집"으로 기억했다. 결국 단골 유출이 시작됐다.
정확히 뭘 봐야 하는지
유흥 예산 가이드 운운하는 글들이 많지만, 실제로 도움 되는 건 단 하나다. 그 집이 룸 대여료와 주류 가격을 어떤 비율로 배분했는지 보는 것이다. 룸비가 높고 술이 싼 집은 생존 확률이 높았다. 반대는 주로 6개월 내에 문을 닫았다. 나는 스케치의 경우 월 매출 구성이 룸비 48%, 주류 34%, 안주 18% 정도로 기억하는데, 피닉스는 주류가 60%를 넘었다. 이 숫자 하나로 설명이 다 된다.
아마 지금 뒷골목에서 장사 준비하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내가 스케치 후기에서 발견한 자료들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리얼 후기 페이지에서 내가 직접 계산해둔 원가표 몇 개가 올라와 있으니까 참고 정도는 해봐라.
근데 솔직히 말하면, 숫자는 결국 감이랑 섞이는 거다. 스케치 주인도 처음에 안주 가격을 너무 낮게 잡아서 두 달간 적자 본 적 있다고 했다. 실패의 기록은 성공보다 유용하다. 그게 내가 이 블로그를 계속 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