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우리 오늘 예산 얼마나 잡았어?" 이 질문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냅킨에 계산기 두드린 적 있다. 잘 모르고 시작했는데, 자꾸 가격표 보면서 '이건 좀 아닌데' 싶은 게 막 쌓이다 보니 결국 메뉴판 앞에서 원가 역산까지 해버렸다. 미안하다 사장님들아.
룸차지가 만만한 줄 알았는데
내가 자주 가던 곳 기준으로, 룸차지 자체는 1시간에 3~5만원 선이었다. 여기서 사장이 남기는 건 생각보다 얇다. 룸 리뉴얼 비용, 라인당 월 임대료, 냉난방·청소·소모품까지 빼면 한 타임에 남는 게 1만원 채 안 되는 경우도 봤다. 그래서 룸차지만으로 먹고사는 곳은 솔직히 거의 없다.
문제는 술이다. 위스키 한 병, 예를 들어 임페리얼 블루 700ml 기준 도매가가 대략 2만원대인데 룸에서는 9~11만원에 붙인다. 마진율로 치면 60%를 훌쩍 넘는다. 맥주 캔도 마찬가지여서 500ml 한 캔에 5천원 붙이면 그 중 3천원 정도가 순이익에 가깝다.
안주 쪽은 생각보다 손에 안 남는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안주 팔면 많이 남겠네"인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다. 안주 원재료비만 30~40%고, 주방 인건비, 로스율까지 감안하면 룸 안주 마진은 20% 정도다. 오히려 룸비+술 세트가 사장 입장에서는 가장 수익성 좋은 조합이다.
내가 당산 룸싸롱 근처에서 이걸 직접 확인한 게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혼자 룸차지만 내고 물만 마시는 분이 계셨다. 사장님 표정이 진짜 미묘하더라.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유흥 예산 잡을 때 진짜 따져야 할 것
일단 본인이 세 가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룸차지 포함인지, 술은 몇 병 기준인지, 인원이 몇 명인지. 이거 정리 안 하고 "20만원 정도면 되겠지" 하고 들어가면 술 두 병에 룸비 붙이면 바로 거기서 끝이다.
가장 현실적인 계산은 인당 15~20만원 선에서 룸차지+술 1병+안주 2개 기준으로 잡는 거다. 이건 내가 열 번 넘게 겪으면서 얻은 숫자인데, 이 선 이상이면 사장이 반갑고 미만이면 분위기가 좀 썰렁해진다.
개인적으로 유흥 예산 가이드를 짤 때 원가 구조를 알면 훨씬 똑똑한 소비가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사장이 남기는 포인트가 어딘지 알면,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 게 합리적인지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