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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바닥에서 월 3천 찍고도 6개월 만에 한강 갈 뻔한 형의 진짜 원가 털이

2023년 10월 14일 새벽 4시, 끈적이는 홍대 지하 1.5층 바 테이블 위에는 주류 도매업자가 던지고 간 420만 원짜리 빨간색 세금계산서와 깨진 샷잔 세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매출은 분명 지난달에도 3,200만 원을 찍으며 고공행진을 했는데, 내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 420만 원을 가리키는 기이한 현상을 보며 담배 연기만 허공에 뿜어댔죠. 제가 장사 초짜라 잘 몰라서 그냥 손님들한테 퍼주고 열심히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홍대 상권이라는 곳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한 괴물이었습니다.

처음 가게를 열 때 인테리어에 8천만 원을 바르고 프리미엄 힙합 라운지로 갈지, 아니면 그냥 가성비 넘치는 헌팅 포차로 갈지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저는 멍청하게도 폼 잡고 싶어서 전자를 선택했고, 이게 6개월 뒤 내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월세 450만 원짜리 무권리 지하 매장이라고 좋아했더니, 지하 특유의 눅눅한 곰팡이 냄새를 잡으려고 업소용 대형 제습기 세 대를 24시간 풀가동하느라 매달 전기세만 80만 원이 청구되더군요.

진짜 사람 피를 말리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잔잔바리 소모품 원가 구조였습니다. 다들 양주 한 병 팔면 몇만 원 남는 줄 아시는데, 호시자키(Hoshizaki) IM-65NE 제빙기 필터 교체 주기와 얼음 한 알의 단가를 계산해 보셨습니까? 2023년 기준으로 하이볼에 들어가는 60mm 원형 단단한 얼음 한 알의 공급가가 350원이었고, 여기에 토닉워터 한 캔 원가가 550원이었습니다. 손님들이 싱겁다고 토닉워터 무제한 리필을 요구할 때마다 제 가슴은 숯검둥이가 되었습니다.

결국 옆 골목에서 3년 넘게 버틴 사장놈은 아예 주류 판매가를 낮추는 대신, 음료와 전용 얼음컵에 높은 마진을 붙이는 영리한 방식을 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바보같이 분위기 잡는답시고 개당 1만 2천 원짜리 수입 크리스탈 글라스를 고집하다가, 술 취한 대학생들이 하루에 대여섯 개씩 깨뜨리는 바람에 초자(glass) 값으로만 매달 120만 원씩 길바닥에 버렸습니다.

혹시 밤거리를 즐기러 나갈 때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업소들의 이러한 눈물겨운 마진 구조와 가격 책정 방식을 이해하는 유흥 예산 가이드 같은 개념을 머릿속에 넣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업주들이 어디서 마진을 남기고 어디서 손해를 메꾸는지 대략 눈치를 채야, 쓸데없이 비싼 세트 메뉴 대신 실속 있는 단품 위주로 주문하는 요령이 생기거든요. 자세한 노하우는 예전에 정리해둔 추천 바로가기 글을 참고하시면 홍대나 강남 바닥에서 절대 눈탱이 맞을 일은 없을 겁니다.

홍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주말 이틀 동안의 폭발적인 매출로 평일 5일의 지독한 공치기를 버틸 수 있는지 스스로 체력 검증부터 해야 합니다. 월요일 저녁 8시에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유동인구 중 실제로 내 매장 계단으로 발을 디디는 전환율이 0.05% 미만이라면, 그 자리는 3달 안에 보증금 다 까먹고 쫓겨날 자리입니다. 저는 그 전환율을 계산하지 못하고 주말의 화려한 불금 비주얼에만 취해 있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오픈 빨로 월 3천만 원을 찍으며 세상 다 가진 기분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매년 1월과 7월에 찾아오는 부가세 신고 기간에 진짜 지옥을 맛보게 됩니다. 카드 매출의 10%가 고스란히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2023년 말에 간판을 내리며 눈물로 깨달은 건, 홍대의 화려한 조명 뒤에는 철저히 계산된 얼음 한 조각의 원가 싸움이 있었다는 잔혹한 사실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