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2억을 받고 홍대 메인 거리에서 나왔다는 한 사장님의 실거래 내역서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2023년 3월에 폐업 신고한 이 가게, 월 매출이 4,500만원이었는데도 접었더라고요. 네? 매출이 저 정도면 잘된 거 아니냐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장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완전 다른 얘기가 숨어 있더라고요.
왜 매출 4,500인데도 접어야 했을까
이 가게의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월세가 780만원이었어요. 보증금 5억에 5년 계약이었는데, 문제는 관리비였죠. 건물 공용 전기료가 층별로 N분의 1로 나눠 들어오는데, 1층 카페가 24시간 간판을 켜놓고 있어서 관리비가 겨울엔 320만원까지 나왔어요. 여기에 직원 6명 인건비가 평균 2,100만원 정도. 대학가 알바생 시급 올려주느라 2022년 초랑 비교해서 인건비만 20% 뛰었어요.
재료비를 빼고도 고정비가 2,700만원 가까이 깔리니까, 매출 4,500 중에서 마진이 얼마 안 남는 구조였던 거예요. 그나마도 이 매출, 주말에 몰빵된 거라 평일엔 진짜 한산했거든요. 임대차 계약 전문가로서 이걸 분석해보면, 애초에 계약할 때 권리금 산정 방식을 잘못 잡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어요. 이 가게는 전 임차인이 장사 잘되던 시절에 잡은 2억을 그대로 물려받았죠. 그런데 상권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선 권리금이라는 게 거품일 때가 많아요. 2022년부터 홍대 유동인구는 연남동 쪽으로 쏠렸고, 주말 밤 10시 이후 메인 거리는 오히려 텅 비는 현상이 생겼어요.
살아남은 집들은 뭐가 달랐나
같은 거리에서 3년째 장사하는 와인바 사장님하고 이야기해봤는데, 이분은 처음부터 권리금을 안 냈대요. 정확히는 "권리금 없는 대신 보증금을 2억 더 올리는" 식으로 계약했대요. 보증금은 나중에 돌려받지만 권리금은 못 받을 위험이 크니까 아예 그 리스크를 없앤 거죠. 그리고 이 가게는 유흥 예산 가이드 관점에서 보면 진짜 기가 막힌 전략을 썼어요. 메뉴판에 '오늘의 세트'를 3만원, 5만원, 7만원으로 딱 정해놓고 손님이 돈을 더 쓰고 싶어도 못 쓰게 만든 거예요. 보통은 업셀링하려고 아우성인데 여긴 반대로 가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진짜 잘 먹힌 게, 젊은 손님들이 예산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들어오거든요. "여기서 5만원이면 술이랑 안주 다 나온다" 이 입소문이 퍼지면서 평일에도 돌아가는 매장이 됐어요.
2023년 여름부터 폐업한 집들 특징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인스타그램 감성마케팅에만 목매달고 "뭘 파는 가게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은 곳들이에요. 포토존은 예쁜데 메뉴 설명 없고, 직원들은 사진 찍어주느라 정작 서비스는 늦어지고. 반면 살아남은 집들은 SNS보단 네이버 지도 리뷰 관리에 올인했어요. 안주 양이 적다는 리뷰 올라오면 사장님이 직접 답글 달면서 "다음에 오시면 서비스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대응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대요. 그리고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배달앱 리뷰까지 신경 쓴 집들이에요. 방문 리뷰랑 배달 리뷰를 따로 관리하면서, 홀 장사가 안 되는 시간에 배달로 고정비를 커버하는 구조를 만든 거죠.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
여러 가게 사장님들 이야기 듣고 정리해보면, 지금 홍대에서 제일 위험한 건 "평균 임대료에 맞춰서 들어가는 것"이에요. 권리금 포함해서 주변 시세랑 비슷한 수준으로 계약한 집들은 백이면 백 1년 안에 매출이 받쳐주질 않더라고요. 임대차 계약서에 "월세 5% 이내 인상"이라는 조항이 보통 들어가 있는데, 이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사장님들한테 진짜 독약이에요. 매출은 안 오르는데 고정비만 계속 올라가는 구조라서, 애초에 계약할 때 "2년간 동결"을 조건으로 걸거나 아니면 권리금을 0으로 만들고 보증금을 올리는 식으로 들어가야 버티는 거예요.